Press

[중앙일보] 정신질환도 응급처치필요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5-06-10 11:09
조회
733
정신질환도 `응급처치` 필요하다 [중앙일보]
자살충동, 갑작스러운 난폭성 등 방치하면 `큰일` 내
가족이나 이웃이 자살 이야기를 꺼낼 때, 폭력을 휘두를 때, 지나친 자신감으로 과도하게 일을 벌이거나 과소비를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몸의 질병처럼 생각이나 행동도 심각한 이상이 발견되면 촌각을 다투는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응급 치료가 요구되는 정신과 질환의 증상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가장 흔한 정신과 응급상황은 자살이다. 불안.초조.우울.자살충동 등으로 부인과 함께 정신과를 방문했던 J씨(40). 담당의사는 즉시 입원을 권유했지만 다음날로 미루고 귀가했던 그는 밤새 자살충동을 못 이겨 끝내 아침에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자살충동은 '마약보다 더한 유혹'"이라며 "자살을 일단 결심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시도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살이 임박해 보일 땐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권 교수는 "자살은 심한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항우울제 투여로 약효를 보려면 적어도 2주는 지나야 한다"며 "응급상황일 땐 전기충격요법이나 폐쇄병동에 입원시켜 집중감시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성 정신병도 흔히 보는 정신과 응급상황이다. '남이 나를 괴롭힌다' '내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난폭한 행동을 저지르기 쉽다. 예컨대 옆집 사람이 자신을 못살게 군다는 생각 때문에 화가 치밀어 시비를 걸거나 폭행을 하는 일도 다반사이며, 쫓기는 마음에 허둥대다 큰 사고를 내기도 한다. 운전 중 옆 차가 끼어들면 '나를 미행한다'거나 '나를 괴롭힐 목적으로 저런다'는 식으로 생각해 과잉방어나 공격성을 보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기 쉽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홍경수 교수는 "헛것이 보이거나 들린다고 할 때, 이유없이 가족이나 남에게 시비를 걸고 난폭해질 때, 말을 전혀 안 하거나, 하더라도 횡설수설하는 경우 등은 급성 정신병 증상이므로 피해가 발생하기 전 항정신병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력.기물파손.방화 등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성격장애자.정신질환자 등에서 흔하다. 폭력은 원인이 되는 질병을 치료하기 전에 난폭한 행동을 저지르려는 충동을 억제하는 항정신병 제제.진정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는 게 급선무다. 단 이런 환자는 혼자 설득하거나 수습하려 하지 말고 경찰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병원 응급실로 데려 오는 게 안전하다.

기분이 들뜨고 자신만만해지는 조증(躁症)은 대인관계.경제문제.명예.사회생활 등에 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신속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는 안 먹고 안 자도 기운이 넘쳐 여기저기 전화해서 일을 벌이는 등 행동이 부산해진다. 또'나는 잘 풀릴 것이다' '큰 돈이 곧 들어 올 것이다'는 과대망상 때문에 과소비로 경제적 파산을 일으키기 쉽다.

숨을 깊고 빨리 쉬는 과호흡증, '곧 죽을 것 같다'며 공포에 빠지는 공황장애는 환자 스스로 응급실을 자주 찾는 병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