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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모든 물건 '각 잡아야' 안심하고, 어떤 물건도 못 버리고 …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5-06-10 11:31
조회
602
[중앙일보 2010-04-12 03:32]


[중앙일보 이주연.강일구] 심하면 병이 되지만 적당한 불안감은 삶의 활력소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은 안정적이지만 재미없고 지루하다. 때로 일상 탈출을 시도하는 이유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불안감은 먹고 먹히는 위협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주위를 경계하는 동물적 생존 본능과 관계가 깊다”며 “이런 본능이 진화과정에서 강박증 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적의 갑작스러운 공격을 걱정하는 동물의 불안감은 밥이나 물을 먹을 때도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는 행동으로 표현된다. 그렇다면 인간의 불안장애 중 하나인 강박증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1] 지나치게 자주 씻고 오래 씻어

오염에 대한 강박이 가장 흔하다. 자신의 몸과 주변이 균에 오염돼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지나치게 손을 자주 씻거나 오랜 시간 샤워를 한다.

세 살배기 아들을 둔 주부 정씨는 새집으로 이사한 뒤부터 아기가 병균에 감염돼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하루 종일 온 집안을 쓸고 닦으며 더럽다고 생각되는 물건은 내다버리기 시작했다. 정씨의 증상은 지난해 신종 플루가 유행하면서 심해져 자신만의 방법으로 한두 시간씩 손을 씻어야 아기를 돌볼 수 있었다. 결국 육아와 가사 때문에 외출도 할 수 없고 외부의 먼지를 묻혀 들어온 남편과 각방을 쓰기에 이르렀다.


[2] 가스불 껐나, 문 잠궜나 항상 걱정

방금 확인하고도 불안해 다시 확인하기를 반복하는 것도 강박증이다. 가스불은 껐는지, 문은 제대로 잠겼는지 등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3학년인 최군은 9개월 전부터 자꾸 뭔가를 떨어뜨렸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엔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릴 때 몇 번씩 확인하다가 점차 심해져 정류장을 지나쳐 지각하는 일도 생겼다. 자신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찜찜한 기분에 어쩔 수 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입시로 마음은 조급해지는데 공부에 집중이 안 돼 스트레스가 심하다.


[3] 수집 강박 지나쳐 가족과 불화

저장과 수집에 대한 강박도 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축적하고 쌓아두는 것. 쓰레기를 버릴 때도 혹시 귀중한 것을 버리지는 않았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결국 못 버리는 경우가 많다.

60대 소설가인 김씨의 집은 방 4개 중 3개가 책과 신문으로 가득 찼다. 책과 신문 읽기가 취미인 김씨가 ‘언제 다시 읽고 싶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수십 년이 넘도록 버리지 않고 쌓아뒀기 때문. 곰팡이 냄새에 애벌레까지 나왔지만 뭐 하나라도 버리면 불안해 밤잠을 설쳤다. 방 3개를 다 채우고 안방까지 침범한 책 더미에 결국 참다 못한 아내가 폭발해 병원을 찾게 됐다.


[4] 모든 것 정리정돈 … 아니면 못 참아

물건이 어질러져 있거나 대칭이 맞지 않으면 불편해서 견딜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냉장고의 음료수나 통조림이 늘 같은 방향을 향해 줄지어 있어야 한다거나, 물건이 정확히 지정된 위치에 놓여야 안심이 된다.

미국 드라마 ‘명탐정 몽크’의 주인공이 대표적인 예. 몽크는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물건이 크기나 색깔·숫자·알파벳 순서대로 정열돼 있지 않으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 아무리 긴박한 순간이라도 흐트러진 가구와 비뚤어진 액자를 재배치하고, 길이가 맞지 않은 연필은 다 깎아놔야 마음이 놓인다.


[5] 하면 안 될 생각이 머릿속에 맴맴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스스로도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생각이 계속되는 경우다. 예수나 성모마리아·성직자·부모님·형제 등의 나체나 성기가 자꾸 떠올라 죄책감이 느껴지는 식이다.

중학교 3학년인 박군은 선생님께 야단을 맞은 후부터 선생님만 보면 소리를 지르거나 욕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이러면 안 된다’고 다짐해도 증상이 심해져 마치 선생님을 때릴 것 같은 기분이 계속됐다. 불안을 떨치기 위해 입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김찬형 원장은 “강박증의 내용 중에는 주변을 깨끗이 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장점도 많지만, 증상이 심해져 본인과 주변인이 고통을 받게 되면 우울증이나 약물·알코올 중독 등 정신과적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강박증을 이겨내는 방법 >>

●두려워하는 대상을 피하지 않고 직면 처음엔 약하게 점진적으로 노출하고 불안감이 들더라도 강박 행동을 참아본다.

●불안감을 참기 어려울 때는 주의를 다른 곳으로 산책이나 운동·컴퓨터게임·음악감상 등 유쾌한 일이면 뭐든 좋다.

●우려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될지 계산 결과를 너무 극단적으로 평가하고 있진 않은지 가족이나 친구와 이야기한다.

●강박사고를 반복적으로 종이에 쓰거나 녹음기에 녹음 자신의 강박적인 사고를 다시 보고 들어보는 노출치료법도 적용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격한 운동이나 명상이나 복식호흡 등 이완요법

주변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

●환자가 강박사고와 행동을 참지 못한다고 책망하거나 화내지 않는다.

●환자의 부탁으로 문이 잠겼는지 대신 확인해 주는등 강박행동을 돕지 않는다.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돕는다.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repor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