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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고생들 ‘강박장애’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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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8회 작성일 21-07-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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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들 ‘강박장애’ 시달린다 [중앙일보]
경기도 수원에 사는 이모(16·고교 1년)군의 손등은 항상 짓물러 있다. 벗겨진 피부 사이에는 피가 고여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10분 이상 손을 씻는 습관 때문이다. 방문을 잠글 때도 다시 돌아서 문고리를 돌려보는 일을 10여 차례씩 반복한다. 이군은 “비눗물이 남아 있는 것 같고, 문이 안 잠긴 것 같아 계속 확인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박모(17·고교 2년)양은 같은 반 친구를 흉기로 찌르는 상상이 떠올라 괴롭다. 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매순간 같은 상상을 한다. 생각을 지우려 애쓸수록 영상은 더욱 선명해진다. 박양은 “학교 생활은 거의 포기했다”며 “친구를 보면 무서운 생각이 들어 요즘에는 항상 혼자 있다”고 말했다.

이군과 박양은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강박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군은 다섯 살부터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겨져 부모와 떨어져 있었던 것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양은 아버지의 완벽주의 성격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병 원인인 것으로 진단됐다. 강박장애는 특정 행동이나 어떤 생각을 반복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증세는 비슷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강박관념과는 다르다.

이군이나 박양처럼 강박장애로 고통받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10대(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가 2002년 1353명에서 지난해 2941명으로 5년 새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청소년 1만 명당 5명꼴이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박클리닉 권준수 교수는 “실제 강박장애로 고통받는 청소년은 병원을 찾는 환자의 6~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정신분열증과 달리 강박장애는 본인이 고통을 참으면서 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잉 통제와 스트레스도 원인=대학생인 이모(25)씨는 고교 1년 때만 해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였다. 그에게 고교 때 강박장애가 찾아왔다. 그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교과서 한 줄을 100번 이상 읽어야 불안이 사라졌다”며 “강박장애가 나타난 후엔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원하는 대학의 진학을 포기했다.

서울대 권 교수는 “강박장애의 원인은 뇌 이상과 부모의 과잉 통제, 맞벌이 가정의 증가, 입시 경쟁 같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자 수가 늘어나는 것도 환경적 요인이 크다. 좋은마음인지행동치료연구소 윤화영 소장은 “부모가 엄격한 기준을 아이에게 강요해 아이들이 엉뚱한 책임감을 갖게 하는 것이 청소년기 강박증 증가의 주 요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의 스트레스도 이 질환의 늘리는 요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06년 9월 중학교 1년부터 고등학교 3년 학생 7만10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제2기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중·고생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스트레스가 많다’고 응답했다.

강박장애는 모든 연령대에 나타나지만 청소년기에 발병하면 학업부진과 정상적인 성장을 막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조두영 명예교수는 “청소년 강박장애는 학업을 어렵게 하고 직장과 가정생활의 실패로 이어진다”며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거나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족 관심과 약물 치료=강박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뇌에 작용하는 약물 복용으로 증상을 완화하거나 생각을 바꿔 행동도 바꾸도록 유도하는 인지치료가 있다. 조기에 이상을 발견하고 1~2년 꾸준히 치료하면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김선욱 서울 선신경정신과 원장은 “청소년은 인내력이 부족해 치료를 포기하기 때문에 악화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이를 이해하고 설득해 치료로 이끄는 부모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정올림 인턴기자(인디애나대학)


강박장애 치료하려면 “환자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면 더 악화”

 


서울대학교병원 강박클리닉의 권준수(사진) 교수는 “강박장애는 뇌의 이상과 스트레스가 원인이므로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해야 만성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소년 강박장애가 늘고 있는데.

“강박장애는 모든 연령에서 발병하지만 10~19세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 청소년기의 강박증은 학교생활과 교우관계를 방해하며 청소년을 괴롭힌다. 그러나 반드시 정신병으로 이행되거나 신체기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강박장애는 왜 생기나.

“뇌의 이상과 후천적 스트레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연구 결과 전두엽 특정 부위를 통과하는 신경회로가 과잉 활성화된 것이 강박적 사고나 행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서 뇌의 이상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기질이나 성격, 양육 환경 등도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은 학교 공부나 교우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영향도 있다.”

-청소년 강박장애의 증상은.

“최근에는 인터넷 중독이 늘고 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에 빠져 통제가 안 되고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정상 생활이 힘들 정도로 불안해지는 증상이다. 사춘기이기 때문에 성적인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올라서 괴로워하는 경우도 많다.”

-강박장애를 치료하려면.

“무엇보다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강박적 사고나 행동을 촉발하는 뇌의 이상이 만성화된다. 약물치료는 뇌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효과적이지만 증상이 약한 경우 인지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약물과 인지치료를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나 치료해야 완치할 수 있나.

“강박장애는 만성적인 경우가 많다. 호전되다가도 약물을 중단하면 다시 악화되기도 한다. ”

-환자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 또 환자가 자꾸 확인을 원한다든지 강박적인 행동에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그렇게 해 주면 안 된다. 그런 경우 오히려 병을 악화시킨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본인과 가족의 노력만으로도 자가 치료가 가능하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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